우리가족 코로나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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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코로나 1호

이말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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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호<수필가>

 

꽃나무가 거리를 화사하게 밝히는 계절이다. sns가 꽃 사진으로 도배되는 날 짬을 내어 공원을 찾았다. 긴 겨울을 끝낸 공원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오늘 따라 바람이 몹시 분다. 호수의 물빛이 맑아 햇살에 비친 윤슬이 아름다워 호숫가를 한바퀴 도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가족들의 나들이가 물결처럼 출렁이며 지나간다.
찬바람 때문인지 밤새 기침이 나서 이튿날 병원에 갔더니 “코로나 양성입니다.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 받으세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어찌된 일인가. 반갑지도 않은 불청객이 들어와 이놈이 제멋대로 내 온몸을 쑤시고 돌아다녔다. 며칠 동안 잠도 못자게 방해를 하고 3일째 되는 날은 맑은 콧물이 흐르는가 싶더니, 목까지 따갑고 기침은 계속됐다. 나 역시 불청객을 몰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퇴치 작전에 몰입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강력한 대응에 차츰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불청객으로 말미암아 내 삶이 송두리째 날아갈 뻔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사상 유례없는 팬데믹이 지속하고 있어 나 역시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긴장감으로 감염 예방의 기본을 철저히 지켰는데, 양성이라는 의사의 진단에 그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갑자기 세상 밖으로 밀려난 기분이다. 전국에서 확진자가 매일 같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도 나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고 방심을 했던 게 양성이라니, 믿기지 않은 현실에 나의 머릿속이 뒤헝클어졌다.
지난 세 차례 맞은 백신 항원체, 오미크론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갑자기 외로운 섬게 갇혀 고독과 쓸쓸함을 달래며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더니 봄이 나의 고독한 방안을 흘깃거리며 슬쩍 인사를 한다. 
한창 피어난 꽃들을 보니 우울했던 마음에 주름과 습기를 말려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과거라는 것은 언제나 시간과 판화가 된다. 세상 이치를 수긍하면서도 마음 빈자리가 허허하다. 불현듯 그리움과 외로움이 사람을 그립게 만든다. 팔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허무의 존재까지 막연히 생각나게 한다.
이번 오미크론은 증상은 후각과 미각을 잃게 된다고 하더니만, 의미 없는 한숨이 쏟아졌다. 한없이 약해지려는 마음을 잡으려 애를 썼지만 이마에 주름이 덩달아 깊어간다. 그 속에 잠긴 수심에 동굴 속은 그림자 같다.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분다. 오미크론은 안간힘을 쓰며 내 몸에 흔적을 남기려 했지만 몸속에 면역력들과 싸워 이겨냈다. 그동안 세상과 단절됐다고 느낄 때 밀려드는 외로움과 불안감이 두려웠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창 코로나 19가 심할 때 걸렸으면 나는 어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코로나 19는 폐에 바이러스가 침투되기 때문에 나는 폐 질환이 있었던 관계로 꼼짝없이 죽을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오미크론은 코와 목에서 서성거리다가 가볍게 감기처럼 이겨낼 수가 있었다.
현재 우리들은 백세 건강이 실현된 첨단 생명과학 시대에 살고 있지만, 현대의 면역은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다. 온갖 대기 오염 물질과 황사가 심해지면서 기침과 호흡곤란 피부염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이때 여기에 코로나 19 팬데믹이 종양 이상의 공포로 자리 잡게 됐다. 불안전한 구조 속에서 조화와 융합을 이루며 생명을 유지하는 인체의 속성이 우주의 운행원리의 균형이 깨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인체는 질병에 걸리고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밖에 없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영향은 분명 이번 팬데믹의 위협을 가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혹여 코로나에 감염이 될까 봐 늘 조심스러웠는데 우리 집에 처음으로 코로나 환자 1호가 됐다. 또 한 번 호된 시련을 겪고 나니 이제야 하루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는 것도 큰 행복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달음을 주는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싶다.
일주일간 집에만 있어 몸도 마음도 피폐해졌다. 열흘 동안 외부와 단절된 집안에서만 갇혀있었다. 바깥으로 나오니 자동차 소리, 바람 소리,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얼마나 정겹게 들려오니 살 것만 같다.
집을 나와 강변 쪽으로 걷는데 기력이 다 빠졌는지 다리가 휘청거린다. 그런데도 마음은 날아갈 듯이 가볍기만 하다.
먼 산자락에는 물안개가 서려 있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휘이익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무심한 내 귓속을 사정없이 때리며 지나간다. 훗날 내 삶의 경전이 될지도 모를 일, 공허해진 가슴속으로 삶에 허기가 뜬금없이 몰려온다. 바싹 마른 잔디 위로 푸릇푸릇 파란 잔디가 고개를 내밀고 담장 옆으로 노란 개나리가 긴 하품을 하며 지나가는 사림들에게 웃음을 내준다.
어디를 가나 푸른 이파리를 나부끼는 나무들이 가장 돋보인다. 싱그러움을 맘껏 빛내는 푸른 잎은 해맑은 청소년 같기도 하다. 
서리가 내리지 않고서는 겨울을 맞을 수 없고, 겨울이 오지 않고는 봄이 올 수 없듯이, 지난 내 삶 역시 서리 내린 것 같지만은 않게 비치리라.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신천에 흘러가는 강물이 싱그럽다. 물이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어디서든 낮은 데로 흐른다.
살면서 찌든 묵은 찌꺼기를 말끔히 씻어버리고 싶다. 지상에는 코로나 전쟁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시련으로 삶이 송두리째 망가져 가고 있는데 강물 속에서 자맥질하며 한가롭게 떠다니는 오리떼들이 부럽기만 하다. 포근한 자연은 우리를 한없이 따뜻하고 여유롭고 평화롭게 감싸 안고 치유해 준다.
지금 코로나 19 확산 방지와 치료를 위해 밤낮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감염 예방의 기본을 철저히 지켰으면 좋겠다. 의료진 말에 의하면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아내려면 몸의 면역력을 기르고 마음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지금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이럴 때일수록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 갔으면 한다.
나도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과 산, 강, 하늘을 조금이라도 닮아가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힘차게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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