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희 시인 흰 꽃잎 차가운 비바람에 날리네 종종걸음 밟히네 웃어 비통하게 웃어 차가운 봄비에 젖어 몸을 떨면서 웃어 그때 내가 그렇게 웃었듯이 화사한 봄날 자욱히 피어난 꽃잎 안개 속에 가지는 보이지도 않아 향기 가득한 꽃구름 그 아래 가만히, 눈처럼 내리는 꽃잎을 밟으며 형형색색의 무리를 뜨거운 열기… 잔인한 희망 꿈을 빨리 깰수록 좋지 않아? 웃어, 크게 웃어
2024년 3월 27일 장의원로 연석 회의에서 조무(曺茂) 전 전교 사회로 이동훈(李東勳) 담수회 지회장을 고령향교 50대 전교로 추대하기로 만장일치 통과하였다. 4월 9일 유림총회에서 이동훈 선임 전교를 4월 25일 취임식을 거행할 것을 결의하였다. 송백(松柏) 이동훈(李東勳) 신임 전교의 관향은 여주(驪州) 이씨(李氏) 문순공파(文順公派) 백운거사(白雲居士) 4세 이규보(李奎報 : 1168~1241년)의 24세 손이다. 이규보는 우리 역사가 낳은 대문호(大文豪) 이규보가 있다. 8천 여수의 시와 향기 높은 산문들 가...
영원을 찾아 오고 가는 이들 사진 속으로 들어와 찔레꽃 향기는 매트릭스가 되었다 허공을 가르는 날갯짓 힘찬 백조의 춤사위는 그대로 연병장에 줄 선 병사의 경쾌한 나팔수 소리 소리 없는 음악이 되었고 한 찰나도 호흡 한 점 쉬어 본 적 없는 지구 어머니의 생명줄 놓지 않고 질기게 유전해 온 들꽃 오렌지 노을이 블랙홀로 빠져버린 찔레꽃 핀 5월의 백조의 비천 다차원 무지개 빛 속으로 스며드는 영혼의 목욕 태고의 시절부터 고요 적정은 기차처럼 영원으로 스며든다
눈이 내리는 아침이다. 창가에 서서 휘날리는 눈 구경을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눈 오는 것을 보고 있다고 하니, “얘 눈이 오는 날 왜 집에 있니? 밖으로 나가야지!” 한다. 친구는 낭만적인 사람이다. 갈 곳이 없다고 했더니, “왜 갈 곳이 없어? 버스 타고 공항엘 갔다 오면 되지!” 한다. 친구는 내 집에 와서 며칠간 나와 함께 지냈기에 이곳 사정을 좀 알고 있다. 집 앞에 공항 가는 버스를 타고 공항에 내려서 차 한 잔을 하며 여행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자연도 보고 ...
이명희 시인 (사)국제문인협회 회원 살짝 바람이 분다 살짝 볼 옆을 지나면서 귓전에 이야길 한다 곧 가을이 올 거라고 살짝 바람이 분다 가슴을 스쳐 지나면서 찌는 더위가 갔듯 곧 어둠도 지나간다고 스치는 한줄기 바람이 산 넘어 빗물이 되고 고운 햇볕에 올라타 나무의 등을 보고 있다 그대 향기가 되어 조용히 걸어오고 있다 수국 산내음을 한 아름 안고서 살짝 바람이 분다 슬퍼하지 말라며 기쁜 날은 곧 온다고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고
정길생 수필가 (사)국제문인협회 회원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인간은 사람이요 돼지요?” 금년 초 미국 메릴랜드대학 의료진이 돼지의 심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주변으로부터 자주 들은 질문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심장이 아니라 이식받은 돼지의 심장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라 돼지로 보아야 하지 않으냐는 이야기다. 질문을 하는 사람은 우스개로 묻는 것 같지만 나는 그 질문을 우스개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장기이식이 일반화될 미래사회에 있어서 인간의 비인간화를 경고하...
김성철 시인 (사)국제문인협회 운영위원 조이고 얽매고 간힌 세월 확장의 본성에 부가되는 억압이 서럽다 씨의 언어는 삭제되고 어이 사람에게 맞추라 하느냐 천연의 숨이 끊어지는 날 모양이 고와서 예찬이라 땅 딛고 하늘을 향해 가는 길 타고난 이정 묻혔네 존재와 부재 사이 바람과 내밀한 교합은 지워지고 정밀에 쌓인 운영이여 비오는 날에는 젖어서 좋고 눈보라 치는 날에는 고요한 침묵이 정연한 생태라 정제된 틀 안에서 일탈의 날 그리움 쌓여가네
이산호수필가/ (사)국제문인협회 감사 “야, 오늘 보니 너 똥배 많이 나왔구나!” 모임에서 초등학교 동창 하나가 갑자기 대화의 화살을 나에게 돌리며 큰 소리로 뜬금없이 내뱉은 말이다. 둘러앉은 친구들이 하던 대화를 멈추고 시선을 약간 불룩하게 내민 내 불쌍한 배로 모은다. 난 무슨 실수라도 한 것처럼 찔끔한 기분으로 허리를 당겨 앉았다. 친구들의 시선에 갑자기 부끄럽고 당황해져서 이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응... 요즘 배가 많이 나와서 고민하고 있는 중이야.” 얼떨결에 변명을 하고나서도 ...
이웅재수필가, 수필문학 상임편집위원장 주어진 축복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사람들. 그레 바로 우리 한민족(韓民族)이 아닐까 한다. 축복을 누리기는커녕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어야 했던가 하면, IMF라는 엉뚱한 손님마저 맞아야 했던 우리들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자, 6·25도 IMF도 우리 민족 반만년의 역사를 무너뜨리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반만년’은 띄어쓰지도 않는다. 우리 민족의 역사는 그렇게 시간상으로도 한 단어로 굳어져 버린 것이니 얼마나 대한하가? 그러니 이 글의 첫머리에서 말한 ‘주어진 축복도 제...
이문익 시인 노을에 젖은 황혼이 어슴푸레 꽃 가람 물들이면 소국의 짚은 향기 물결에 흔들리고 갈잎 발자국 따라 흐르는 만추의 공허함이 바람도 없는데 파문을 일으킨다 회상의 길목에 서성이던 가을은 갈잎 나룻배를 타고 낯선 시침 따라 길을 떠나고 일렁이는 적막 속 달빛에 젖은 갈색 그림자 스며드는 한기에 옷깃을 세운다 뒤돌아보면 신기루 같은 지난날들 스러져가는 산 그림자에 묻고 별이 피는 강물에 노란 장미의 미소 지우며 낙엽 쌓인 시간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문익(시인) 함박눈이 이렇게 내리는 밤이면 나는 철부지 소년이 되어 하얀 들판을 지나 유년시절 동무들과 천렵을 즐겼던 꽁꽁 얼어붙은 시냇물 징금 다리를 건너 부엉이 우는 눈 덮인 적막한 산길을 마냥 거닐고 싶다 저 멀리서 미소 지며 날 기다리고 있는 너에게로 하얗게 눈사람이 되어 돌아가고 싶다.
깊어가는 늦가을, 유서 깊은 개경포 나루를 찾았다. 역사적 현장을 찾아가는 길은 늘 가슴 설레고 흥미진진하다. 눈이 부시게 피어난 하얀 억새꽃, 바람에 뒹구는 새빨간 단풍잎이 반갑게 손님을 맞이한다. 시원한 강바람 타고 강물은 햇살에 반짝이며 쉼 없이 흘러간다.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강둑을 따라 떠나가는 가을과 함께 하염없이 걸었다. 고령 개진면 낙동강 기슭에 자리 잡은 개경포(開經浦)는 오랜 역사를 품고 살았던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더욱이 신비한 팔만대장경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일찍이 낙동강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