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절의 고장 파회마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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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절의 고장 파회마을(2)

김윤태의 사가(査家)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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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앞에서 언급했듯 박명덕은 달성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을 졸업한 공학박사이다. 동양미래대학교에서 정년 퇴임 후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일본 교토대학 외국인 초청학자와 서울시 문화재위원 및 한옥위원회 위원, 한국건축역사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조금도 그 정도(正道)에서 벗어남이 없이 외길을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박명덕은 오롯하게 그 길을 걸었다. 굳이 간단하게 자서전이라 칭하고 나누어 보면 그만일 것을, 책의 제목에서 보듯 ‘화문집’이라 붙인 까닭이 거기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책에는 건축을 공부한 사람으로서의 일생의 작업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그림, 악기, 여행, 운동 등등의 기록들이 촘촘하게 나열되어 있다. 또 다른 부제인 음미여운(音美旅運)의 의미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은 흐트러지는 나의 의지를 다시 세우기 위해 고향과 가족을 생각했고, 학생들의 거울이 되어야 하는 선생으로서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기 위해 취미로 그 간극을 메꾸어 갔다.
어릴 때부터 손에 익은 그림을 그렸고, 40대 때 마라톤에 도전하여 풀코스 300회를 완주한 이후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올랐고, 50살을 넘어서서는 정년을 대비해 노후 보험용으로 대금을 배웠고, 방학 때는 답사 겸 스케치를 위해 외국에 나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나의 본분은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에 매진해야 하는 교수였기에 남과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쪼개 아껴야 했고, 부지런해야 했다. 남이 보면 두루뭉술하고 그냥 그대로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휴일을 집에서 지낸 적이 없었고, 6시간 이상을 자본 적도 없다. 치열한 도전이었고 처절한 싸움이었지만, 이룬 후의 보람은 또다른 자신감으로 되돌아왔다.“
참 부지런도 하다. 이만한 양의 글을 쓰는 것 역시 소양과 필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면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글을 다루는 솜씨마저 직업적인 문장가에 버금가는 내공이 있다. 그것은 화려함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정확하게 기록할 줄 아는 집중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천천히, 찬찬히 자신에게로 다가가는 것이다. 그가 교수로서의 직업적 가치를 고양시킬 수 있었던 것은 학문적 소양을 지탱할 수 있는 끊임없는 지적 탐구로서의 학자적 지향점이 전방위적이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로서는 아도르노의 말처럼 ‘무식한 전문가’일 수는 없었다. 그 부단한 노력, 그에 수반되는 꼼꼼한 기록에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책을 구성하는 치밀함도 그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다. 사랑, 가족, 도전, 그림, 여행, 배움으로 이루어진 구성의 그 일목요연함이 참 따스하다. 다만 책의 부피에 더불어 너무 많이 할애된 가족 이야기가 약간의 옥의 티이다. 그러나 고향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이 책의 출발점이라고 한다면 굳이 타박받을 일은 아닐 것이다. 책에 수록된 많은 그림과 소소한 설명들이 그런 아쉬움을 훌쩍 상쇄하고도 남으니 말이다.
더러 사람들은 고색창연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법고창신을 더불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어령 교수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살면서 받는 모든 것이 선물이었고, 탄생의 그 자리로 돌아간다.”
너무 외람된 표현일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개인에게는 따스한 기록이고 돌아갈 자리를 탐색하는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 사람만의 인생의 기록으로만 치부될 일이 아닌 잠재적인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끝
 
출처-‘박명덕의 화문집 音美旅運이야기’에서 발췌
사가(査家) 이야기의 주인공 박명덕씨는 ‘화문집 音美旅運이야기’를 출판했다.
쌍림면 용리가 고향인 김윤태씨는 현재 서울에서 ‘도서출판 선’을 운영하고 있다. 김윤태씨는 사가(査家) 이야기의 저자 박명덕씨와 사돈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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