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에 어린 대가야의 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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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에 어린 대가야의 혼(2)

단편소설
박진경
일러스트, 웹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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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경
일러스트, 웹툰 작가

 

 

<지난호에 이어>
내 얼굴이 걱정으로 가득해지자, 어저씨는 어쩐지 내 눈치를 보는 듯 하더니 내던지듯 말했다.
“모친이 찾고 계시는 것이냐?”
“그럴 걸요, 아마도.”
“네가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으냐?”
“당연하죠.”
“허나 나는 방법을 모른다. 너는 이런 물건을 만든 너희 시대의 기술로 인해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니냐?”
“근데요, 저더러 자꾸 미래에서 왔다고 하시는데 지금도 통신사 신호가 잡히거든요?”
“아까부터 통신사라고 하는데 그것이 무엇이냐?”
“전화 신호 보내 주는 곳이요.”
“왜 없어요? 통신사가 살아 있는데.”
“이곳에는··· 파발을 말에 태워 보내어 꼭 해야 할 말만 전달한다.”
“그게 뭐에요, 그래서야 어느 천년에 의사소통이 돼요.”
“왜 통신사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도구는커녕 그게 무엇이며 왜 되는지조차 아무도 모른다.”
“그렇군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돼서 나는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마당 주변에 놓인 평평한 돌 위로 가서 주저앉았다.
“덕수 아저씨.”
“···왜 그러느냐.”
“저 목말라요···”
아저씨는 말없이 옷의 안쪽을 주섬주섬 뒤져 허리 부분이 잘록한 흰 병 같은 것의 뚜껑을 열어 내밀었다. 나는 물을 마신 후, 아저씨에게 병을 돌려줬다.
“잘 마셨어요. 근대 저 좀 피곤해요, 약간 춥기도 하고···”
“따라오거라.”
아저씨는 나를 방도 아니고 마구간도 아닌, 뭔가 을씨년스러우면서 거의 아무것도 없는 장소로 데려갔다.
“일단 이곳에서 나오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네가 입을 옷을 구해 오겠다. 지금 차림새로는 너무 눈에 띈다.”
“덕수아저씨.”
“왜.”
“저 집에 가고 싶어요. 엄마 보고 싶어요. 집에 못 가게 되면 어떻하죠.”
내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자, 아저씨는 가만히 있다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가버렸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던 모양인지 차가운 바닥에서 오들오들 떨며 깨어났을 때, 나는 눈앞에 낯선 음식과 옷, 그리고 내 스마트폰이 반듯하게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다. 한동안 여기가 어딘가 어리둥절하다가 잠들기 전의 상황을 다시 기억해 내고 한숨을 쉬었다.
“덕수아저씨는 어디갔지···”
나는 주섬주섬 옷을 주워 올렸다. 기다란 끈이 달린 기묘한 옷이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입는 거야···”
나는 대충 옷을 아무렇게나 꿰어 입은 후, 앞섶을 여미고 끈으로 대충 매듭을 지었다. 그리고 배가 고파 눈앞에 있는 음식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생각보단 먹을 만한데?”
최소한 내가 만든 것 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하며, 나는 음식을 비웠다. 그리고 폰을 집어들었다. 나는 다시 브라우저를 켜, 아까 들었던 지명을 검색해 보았다.
“뭐랬더라··· 가라?”
가라로 검색해 봤지만, 제대로 된 검색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포기하려다가 혹시난 해서 가라가 나라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락국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가라가 가야의 옛지명이었다는 걸 알아냈다. 그리고 주산은 가야 중에서도 대가야에 있다는 것도 찾아냈다.
“대가야? 그··· 몇 백년 만에 망했다는 나라? 여기가 거기야?”
나는 때마침 들어선 덕수 아저씨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지금 뭐라고···”
“···덕수 아저씨, 저 미래에서 온 거 맞나봐요.”
“지금 뭐라고 했느냐? 대가야가 망한다고? 그것이 정말이냐?”
나는 말없이 아저씨에게 검색 결과를 보여줬다.
“이게 어느 니라 문자인 것이냐?”
“오··· 한글 몰라요? 그럼 한자는 알아요? 중국 문자요.”
:조금 안다.“
나는 번역 어플을 켜 해당 페이지를 중국어로 변환한다. 아저씨는 폰에 뜬 내용을 허둥지둥 읽고는 이내 실성한 사람 같은 얼굴을 했다.
“이··· 이럴수가··· 이 나라가··· 어떻게 일으키고 부흥시킨 나라인데···”
“내용 좀 더 자세히 읽어 볼래요? 제가 검색해 줄게요.”
아저씨는 충격을 받았는지 손을 덜덜 떨며 글을 읽었다. 폰을 빌려줘서 한동안 할 게 없어 빈둥거리던 나는 이상한 기척에 아저씨를 돌아봤다가 깜짝 놀랐다. 아저씨는 울고 있었다. 어쩐지 측은한 기분이 들었다. 나 역시도 한국이 망한다고 하면 울지는 않더라도 불안하거나 슬플 것 같았다. 나는 아까 아저씨가 내가 울 때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던 걸 떠올리고 아저씨의 등에 가만히 손을 갖다 댔다.
“···네 이름이 무어라고 했느냐.”
“준혁이요.”
“준혁아, 네가 사는 시대는 대가야가 망한지 얼마나 되었느냐.”
“잘 모르겠어요. 적어도 천년 이상 된 것 같아요. 선생님이 얘기해 주시기는 했는데 대충 들어서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요. 그래서 저도 좀 더 내용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나는 내가 대가야생활촌이라는, 대가야를 기념하는 관광지로 단체 견학을 갔다가 나도 모르게 이런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열심히 설명하며 대가야생활촌을 보여 주기 위해 지도 어플을 켰다. 하지만 현재 위치가 주산이 아닌 대가야생활촌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어, 이상하다. 왜 지금 위치가. 대가야생활촌이라고 나오지? 여기 주산이라고 하지 안 않어요?”
“왜 그 시대의 땅과 지금의 땅의 위치가 어긋났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은 국운을 점치기 위한 중요한 의식이 주산에서 있었던 날이다. 아마도 대가야의 미래를 알려주기 위해 네가 소환된 것 같다.”
“그럴 거면 조금이라도 가까운 시대사람을 데러오든가 하지 왜 제가 끌려왔을까요. 게다가 전 초등학생이고 아무것도 모르는데.”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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