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년수(수필가, 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한다.그런데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제쳐놓고 먼 곳에서만 찾고 있다.큰 행복보다는 작고 의미 있는 행복이 가치가 클 수 있다.작은 것을 볼 줄 아는 능력, 노자는 그것을 '견소왈명(見小曰明)'이라고 표현하고 있다.'작은 것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명철한 지혜'라는 뜻이다.중국 송나라 때 소강절(韶康節)이란 학자가 지은 청야음(淸夜吟)이라는 시는 작은 행복의 의...
김년수(수필가, 일선김씨 문충공파 종친회장) 장마 날씨다. 잠시 비가 그치자 어둡던 하늘이 훤해지고 한 줄기 바람에 가로수 나무가 후루룩 물기를 턴다.어느 사인가 젖은 숲을 빠져나온 새들의 지저귐에 나도 코로나 19로 인해 휴강되었던 학원에 등록도 할 겸 서두르다 보니 쇼파 앞 탁자 위에 놓인 책이 눈에 들어온다.공공도서관에서 책 읽기 권장도서로 빨리 읽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여 책 읽기를 권장해야 되는데 아직도 보지 못한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책이다. 다른 사람들과 돌려가면서 책 읽기를...
지상병담(紙上兵談)이라는 성어가 있다.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다’로 해석하는데, 경험이 없고 이론만 있는 병법은 실제 전쟁에서 전혀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조나라의 부흥을 이끌었던 조사(趙査)라는 장군이 있었다. 조사는 원래 나라의 세금을 거둬들이는 관리였으나 엄정한 일처리로 추천돼 혜문왕에게 발탁됐고, 장군이 된 후 수많은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다. 그에게는 조괄(趙括)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어릴 적부터 병법의 이론에 통달해 아버지인 조사조차 이론으로는 그에게 당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조괄은 자신의 재능을 여기저...
김상룡(수필가) 파트 현관문이 좀체 열리지 않는다. 지척에 혼자 사는 노모를 찾아뵙는 일이 가물에 씨 나듯이 하니 늘 죄지은 마음뿐. 며칠 사이 나는 비밀번호를 또 잊었다가 겨우 기억했다. 아들의 기척에 반가운 목소리가 베란다에서 들려온다. 옹기들을 무슨 보물단지 모시듯 정성스레 닦으시는 모습을 한두 번 봐 온 것도 아니지만 여전히 당신은 그 일을 할 때면 부처님의 얼굴이다.엉거주춤 고된 허리를 세운 당신은 “그래도 이놈들은 끝까지 나하고 같이 가네!”라며 숨을 몰아쉰다. 장독을 닦는 일이 힘에 부치시는지 잠시 의자에 기댄 채...
우리는 너울 사이에 있다 정아경수필가 시골보다 도시가 좋다. 자연의 법칙에 충실한 시골은 일찍 어두워졌다. 어둠이 내린 시골은 공간이 넘쳤다. 난 그 텅 빈 듯한 공간의 여백을 채울 자신이 없었다. 상상력도 부족했고, 놀거리도 부족했고, 친구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도시는 달랐다. 해가 져도 환했고, 도로는 차들로 가득했고, 사람들로 왁자했다. 그 속에 서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연히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완성된 것들 사이에서 나 역시 완성되고 있는 중이라고 쉽게 위안 삼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
최종동수필가/편집국장 요즘 들어 장례식장에 가는 횟수가 부쩍 많아졌다. 친구 부모님이나 내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생로병사(生老病死),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천년만년 살 것처럼 의도적으로 죽음에 대한 얘기는 기피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죽음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세 가지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엄연한 철칙이다. 첫째 인간이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두 번째 혼자 죽는다. 사고사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다음 마지막은 빈손으로 죽는다. 즉,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것, 이 세...
고령군이 국민행복지수 ‘삶의 만족도’ 전국 1위를 차지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불현 듯 나의 귀촌 12년차 만족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게 된다. 고령군으로 귀촌하기 이전에 나는 대구 달서구에서 살았다. 귀촌 할 곳을 찾기 위하여 의성, 안동, 예천, 영주, 합천, 등 수 십여 곳을 돌아 다녀 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면 땅값이 버거웠고, 경제적 여건에 맞추기엔 도심에서 거리가 너무 떨어지기도 하는 등 조건이 잘 안 맞았다.그러던 어느 날 벼룩시장에 ‘고령군 성산면 대흥리 촌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 한달음에 달려가 보니 대흥리...
이재천시인·한자지도사 우리집에는 19년간이나 우리 가족 곁에서 갖은 재롱으로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 해 온 애완견 우람이가 있었다.지금(2018년)으로부터 21년 전 둘째딸이 친구에게서 선물 받았다면서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일본산 수컷 강아지를 가져와 우리 집 식구가 된 녀석이다.요놈이 어릴 때부터 자태가 마치 진돗개 축소판이라 귀엽기 그지없고 또한 영악하여 가족들 중 자기에게 사랑을 더 주는 사람을 용케도 일아 둘째가 없을 때는 엄마에게 재롱을 피우다가 둘째가 퇴근해 오면 언제 보았냐는 식으로 쪼르르 둘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