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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수

기사입력 2023.09.0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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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익 시인 홈피용.jpg

    시인 이문익

     

     

    단풍 향기
    무심하게 강물에 흐르고
    푸른 하늘엔
    바람도 구름을 안고
    산 넘고 강 건너 들판을 지나
    정처 없이 흘러가는데

    일렁이는 기억 너머로
    갈꽃이 춤추는 해거름 들녘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소 치며 꼴 베고 놀던
    사금파리 같은 갈색 향수와
    유년의 시간이 겹쳐
    잔잔하게 파문이 쌓여만 간다
     
    하교 길
    십오 리 굽은 신작로를
    뛰다가 걷다가
    징금다리 개울가에
     
    책 보따리 던져 놓고
    피라미를 잡고 놀던 소년이
    어느새
    가슴 한 곳이 비어버린
    서리가 내리는 중년이 되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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