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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기사입력 2023.09.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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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익 시인 홈피용.jpg

    시인 이문익

     

     

    빛에 찌든 삐쩍 마른 어둠을 개고
    하얗게 쉰 세월의 저 강에
    저린 가슴 풀어놓으면
    해빙기
    질퍽이는 비탈길에서 봉합한 시간들이
    눈에 녹아내린다

     

    겨울이 남아있는
    잿빛 하늘이 낮게 흐르는 강에는
    낡은 허주에 기러기 울음만 쌓여가고
    뒤듬바리 걸음으로 쫓아온 날들은
    뒷짐을 진 채 돌아서 있구나

     

    스산한 계절 사이로
    회색 바람이 불어오던 날
    낙동강 모래톱에 묻은 상념의 뿌리가
    어지럽게 자란 강변에는
    갈밭을 배회하는 바람이 생각을 여미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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