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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아닌 게 없더라

기사입력 2023.07.0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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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청수.jpg

    김청수<시인>

     

     

    부처 아닌 게 없더라

     

     

    천년 고목에 보름 달빛이
    촛불처럼 걸렸습니다
    산문(山門)에 들어 묵언하며 지낸 지도
    달포가 지나가고
    그렇게 겨울의 끝자락에서
    다시 새봄을 만났습니다
    산새 노랫소리에
    새벽 아침을 열고 솔숲에 들면
    세상에 다 들어내 놓고
    말하지 못하고 살아온
    삼십년 세월의 보따리를 풀어
    계곡물에 철철 흘려보냈습니다
    산길에서 만나는 모든 풀잎과
    부처 아닌 게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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