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단편소설> 천국 위스키 바 (3)

기사입력 2022.11.18 19:15

SNS 공유하기

fa tw gp
  • ba
  • ka ks url

    강기철 홈피.jpg

    강기철<고령문인협회 회원, 고무신STUDY 글방 회원>

     

    거짓 없이 투명한 유리잔에 순수한 얼음 다섯 개가 먼저 담겨져 잔을 차갑게 식히고 난 후 이윽고 버번 특유의 스모키하면서 달달한 향과 과일향 그리고 고소한 견과류 향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황금색 위스키가 담기고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시원한 탄산과 오랜지가 가니쉬로 얻혀진 잭 다니엘 하이볼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말씀 하셨다 "자 이리오게 같이 한 잔 하세" "오늘도 수고 많았어, 강 군이 없었으면 요즘처럼 바쁜 시기에는 나 혼자는 무리였을 꺼야 , 그렇다고 희진이가 도와주기에는 무리가 있고… 암튼 열심히 해줘서 고맙네" 사장님의 칭찬에 멋쩍어진 나는 연방 웃음을 흘리고 있었고 이어서 희진이가 잔을 들고 "아이 아빠는 그렇게 얘가 고마우면 나 대신 대리고 살던지 집에 와서도 네 예기하면서 아주 흡족해 하는 걸 니가 봤어야 하는데". 하며 특유의 웃음 띤 눈을 흘긴다. 그리고는 "자, 암튼 이제 빨리 먹고 너도 가서 쉬어야 하니 우리 모두 다 같이 행복하길 바라며 위하여!!" 희진이의 선창에 우린 모두 위하여를 외치며 같이 하이볼을 단숨에 털어 넣었다. 놀라운 건 그 한 잔 하는 찰나의 순간에 세상에 그 무뚝뚝 하던 아이가 그렇게 애교 있고 친절하고 우아하고 향기롭게 보일 수가 없었다. 그건 마법과도 같았다.
    찰나의 순간이 느린 흑백 영화처럼 천천히 그리고 영혼 깊이 새겨지며 끝없는 테마곡이 귓전을 휘감는 무한의 마법!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얼굴은 심장보다 더 불타고 있었고 나는 그것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넋이 나간 듯 그냥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그러자 사장님이 "야 이거 오랜만에 다시 강군 얼굴이 불타는 것을 보내. 저 불을 꺼야 될 것 같은데 119 신고를 해야 하나 아님 뭐 어떻게 해야 하나" 말씀을 하시며 희진이를 보시며 찡긋 웃어 보이셨다. 그러자 희진이는 "어머나. 너 술 마시면 얼굴이 타오르는 채질이였니?" 하며 깔깔 웃었다. 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고개를 돌렸다. 평상시 같았으면 "아 네, 저희 집안의 유전자가 알콜이랑 그닥 친하지 않아서." 하며 웃어 넘겼을 테지만 그 순간은 희진이 때문에 더 부끄럽고 그냥 머리는 텅 비어 버려서 아무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고개만 돌려 버렸다. 그러자 사장님께서 "어! 뭐야, 오늘은 왜 이래?. 이거, 수상한데. 얼굴도 이건 불타다 못해 숯이 되겠는걸." 하시며 껄껄 웃으셨고 나는 급히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며 "아이 사장님은 사람 부끄럽게. 왜 그러세요." 하며 화장실 문 앞에 가서는 희진이를 보며 "우리 집안이 좀 화끈한 집안이라 그래" 하며 웃어 보이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찬 물에 얼굴을 씻었다. 그제야 나도 좀 정신이 드는 것 같았고 그렇게 정신을 차린 후 다시 나와서 자리로 갔다. "아 그랬구나. 그러고 보니 너랑 같이 술을 마시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내 그치?" 라며 희진이는 나를 보며 웃어 보였다." 내가 한 달 만 더 있다 전학 갔으면 혹시 수학여행 가서 같이 마셨을 수도 있었을 탠데" 하며 웃었고, "야 그래도 너 얼굴이 붉어지니 다르게도 보이고 좋다. 그러니 너무 창피해 하지마." 하고 말을 해 주면서 얼음물과 차가운 타울 한 장을 같이 건네주는 것이었다. 그러자 사장님이 약간 놀리는 투로 말씀을 하셨다.
    "야, 희진아 그런다고 저 불이 꺼지겠냐? 119신고하고 우리는 빨리 대피를 해야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하시며 말씀을 하셨고 희진이는 그런 사장님을 향해 손을 저으며 "어휴, 아빠도 그만 좀 해." "솔직히 술 마시고도 티 안 나는 사람들 보면 가끔 정 떨어지던데 마치 나쁜 짓 하고도 아닌 척 하고 있는 이중적인 사람 같아서 말이야." "차라리 저렇게. 술을 마셨으면 마신 티가 나는 것이 정직하고, 또 진실하고 얼마나 사람이 좋아 보여." 하며 희진이는 사장님의 팔을 잡아 얼른 나가자고 문 쪽으로 당기며 나를 돌아보고는 한쪽 눈을 감고 윙크 같은 윙크 아닌 윙크를 하며 " 우리 아빠랑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마라 좀 친하다 싶으면 우리 아빠가 이렇다니까.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너도 얼른 들어가." 그리고 웃으며 "아, 그리고 그건 치우지 말고 그냥 들어가 내가 내일 아침에 들러서 치울게. 만나서 반가웠어." 하며 손을 흔들고 사장님과 함께 가게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었다. 그들이 사라지고 나는 한 참 멍하니 있다가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빈 하이볼 잔은 깨끗이 씻어서 제자리에 두고 테이블을 가볍게 치우고 콧노래를 부르며 바를 나셨다. 귓가에는 희진이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으며 눈에는 오직 그 윙크 아닌 윙크만 보이는 것이었다.
    "술 마시고 마신 티가 나는 것이 정직하고 또 진실하고 얼마나 사람이 좋아 보여" 나는 계속 입가에 미소를 흘리며 걷고 또 걸었다. 정말 처음으로 느껴보는 너무 기분 좋은 달달한 밤 공기였다. 그래서 나는 그날 이후 그냥 이 가게에 남은 내 인생을 올인 하기로 했다. 물론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이런 말씀을 드렸더니 처음에는 아주 완강하게 반대를 하셨다.
    "나이도 아직 한 창인데 그런 술집에서 뭘 배우겠다고 네 인생을 그렇게 버리느냐" 부터 "할 게 아무리 없어도 그렇지 대학까지 나온 놈이 뭐가 모자라서 그런 술집에서 술병이나 나르려고 그러냐." "지금은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렇지 너 나중에 결혼이라도 해 봐라 그때 그쪽 집안에 가서 네 직업을 뭐라고 하려고 그러냐? 그러다 결혼이나 하겠냐?," 등등 세상에 들을 수 있는 모든 걱정과 핀잔은 귀에 허물이 벗겨지도록 들어야 했다.  끝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