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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미성년의 밤(3)

기사입력 2022.09.1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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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경.jpg

    박진경<일러스트, 웹툰 작가>

     

    “…민희?”
    “최승호?”
    “아는 사람이야?”
    “울 학교 학생회장이에요. 작년에 같은 반이었구.”
    “…너 술 마셨어?”
    그 학생회장인지 헤이하치인지가 민희 쪽으로 다가갔다. 나는 후다닥 민희를 뒤로 감추면서 말했다.
    “설마, 술은 나 혼자 먹었어.”
    학생회장은 미심쩍은 얼굴을 하고 나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그리고는 알 만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의외다, 너? 붙박이처럼 공부만 하더니.”
    “지는. 공부 머신이 이런 덴 웬일이래? 것두 사복 차림으로.”
    머신이라는 말에 회장의 얼굴이 보일 듯 말 듯 일그러졌다.
    “술 마셨으면 얌전히 집에 들어가. 냄새 풍기면서 설치고 다니다 괜히 소동 일으켜서 들키지 말고.”
    “너나 공부 열심히 해. 작년에 나한테 후달렸잖아.”
    회장의 얼굴에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이 드러났다.
    “공부 말고는 할 얘기가 없지?”
    “아니거든.”
    “아니, 저기… 뜬금없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지.”
    “민희 술 먹인 게 그쪽 분이시죠? 재가 함부로 술 먹고 시비 털 애가 아닌데.”
    화살이 내게로 향했다. 순간 술이 좀 깨는 기분이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먹이고 같은 미성년자에게 추궁당하는 입장이라니,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민희랑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전에 민희가 선수를 쳤다.
    “아니 저기 잠깐만.”
    “민희야…….”
    “니가 뭔데 울 언니더러 수습하라 마라야? 울 언니 좋은 사람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
    “너 이리 와.”
    회장이 민희를 잡아끌고 게임센터의 구석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뭔가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나는 온 신경을 거기에 집중해서 엿들었다.
    “누구야, 저 사람? 너 언니 없잖아.”
    “…사촌 언니야.”
    “거짓말이지? 왜 뜸 들이다 말해?”
    “울 언니 나쁜 사람 아니라니까!”
    “나쁜 사람 아닌데 술을 먹이냐고!”
    민희가 위험한 사람이랑 잘못 얽혔을까 봐 신경 쓰는 모양이었다. 과연 회장이었다.
    “내가 술 먹자고 한 거야!”
    “역시 술 먹었네.”
    “ 그래, 먹었다, 왜? 너어~무 괴로워서 내가 좀 먹었다. 근데 그래서 왜? 여기서까지 회장질 하게?”
    “야, 너 지금 무지 취했어.”
    “하나도 안 취했어.”
    나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려다 승호라는 애가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통에 멈칫했다. 승호는 이마를 짚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가자, 집에 데려다 줄게.”
    “뭐? 안 가.”
    “안 가면 여기서 살거야?”
    “나 집에 안 간다고!”
    “엄마가 울 오빠들 굿즈 다 버렸단 말야. 그것도 그냥 버린 게 이니라 다 부숴서 버렸대. 근데도 내가 집에 들어가야 돼? 니가 뭔데. 니가 회장이면 다야?”
    민희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자 승호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다 싫어. 너도 싫고 엄빠도 싫고 학교도 싫고 다 실어. 여태까지 시키는 대로 벌레처럼 꾸역꾸역 죽기 살기로 공부만 했어. 대가가 고작 이거야? 나는 연예인도 좋아하면 안 돼? 숨 막혀서 못살겠어, 진짜. 이게 사는 거야?”
    “민희야… 나도…”
    “언니!”
    민희는 몸을 돌려 내게로 뛰어와서 넙죽 안겼다. 나는 반동으로 휘청거리다가 이내 자세를 바로 하고 승호에게 말했다.
    “너도 날 못 믿겠지만 나도 너 못 믿어.”
    “…네?”
    “암만 같은 반 급우였다지만 취한 여자 애를 어떻게 맡겨.”
    승호가 황당한 얼굴을 하고 나를 마주 보았다.
    “일단 나가자. 여기 너무 복잡하고 시끄러워.”
    울음을 터트린 민희를 힐끔거리며 보는 시선들 때문에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게임센터 앞 공원의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울먹거리는 민희를 다독이는 동안, 승호는 편의점에 들러서 숙취 해소 음료와 가글액 등을 사 갖고 왔다.
    되게 세심하게도 챙기는구나 싶었다. 승호는 숙취 해소 음료의 캡을 열면서 말했다.
    “아까는 무슨 얘기야? 오빠들 굿즈라니, 너 무슨 아이돌 그룹 좋아하는 거야? 막 응원봉 같은 것도 사고 그래?”
    “취조하는거야? 그래, 응원봉 샀다, 왜?”
    “취조 아냐. 그냥 물어보는 거지. 묻지 말까? 곤란해?”
    “딱히 곤란할 건 없지만…
    “이거 마셔. 술은 깨야 뭘 하지. 집엔 말하고 나왔어?”
    “독서실 간다고 했어.”
    “그래… 일단은 다행이네. 속은 어때?”
    “좀 울렁거리는데 토할 정도는 아냐. 아까 한 번 토했어.”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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